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
어제 급히 베이징으로 건너 왔습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대한 장애인 보치아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우리 장애인 올림픽 선수단의 최연소인
박건우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소식, 그리고 여러 선수들의 선전 소식에, 자세히 보도도 되지 않는 우리 언론
만 쳐다볼 수 없어 이곳으로 건너 온 것입니다.
▲ 보치아 단체전 금메달 수상자들과 코칭스태프. 상단 좌측이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우원식 회장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며칠 전 휠체어에 앉아 뒤틀리는 팔을 버둥거리며 온 몸의 힘을 얼굴로 모아 홈통을 통해 혀로 또는 입에 문
기구로 공을 굴리는 금메달리스트 박건우 선수의 사진은 보치아라는 낮선 경기를 웅변적으로 잘 설명해 주
었습니다.
보치아는 손과 다리 모두 쓰지 못하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하는 경기입니다.
몸이 틀어지고 손이 꺾여 있기에 그들에겐 더욱 운동이 필요하고 그래서 고안된 운동이 보치아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틀어진 손으로, 그것도 할 수 없으면 입으로, 머리로 경기를 합니다.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최소한의 몸짓이라도 있으면 그 몸짓으로 하는 경기가 바로 보치아입니다.
그렇게 입, 머리, 눈빛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손발이 되어 줄 보조자가 필요하고, 감독, 선생님, 코치로 불리
우는 그 보조자들은 그들의 눈빛, 몸짖, 희미한 표정만 보아도 홈통위의 공 위치를 가늠합니다.
그야말로 혼연일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혼성 2인조 경기에서 오늘 또다시 박건우, 신보미, 정호원 조가 당당히 스페인 대표팀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것입니다.
아니 박건우 -김진환, 정호원- 권철현, 신보미-박희자조가 금메달을 딴 것입니다.
이들의 메달은 기쁨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절박함입니다
장애인들의 세계 체전인 프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자기 종목의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 중에 최고가 되었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본인의 기쁨이기도 하고, 나라의
이름을 국제 무대에서 우뚝 세움으로 해서 우리 국민 모두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정말 기쁜 일이지요.
그러나 오늘 제가 베이징까지 와서 정말 기쁘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그런 기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사회의 중증 장애인이 겪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돌아 본 분이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이해하실 것
입니다.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는 그 순간부터 겪어 왔던 좌절과 절망의 고통, 그것들을 돌아보면 오늘의
금메달, 동메달들이 얼마나 소중한 성과이고 기쁨인지...
결코 눈물을 말하지 않고는 다 말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인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감동, 감격의 단계를 훨씬 뛰어 그 기쁨을 눈물로 표현하는 것조차 호사스럽게 느껴지는 생존의
절박함이고,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안도감이기도 합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정호원 선수
이번 2인조 경기에서 금,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정호원 선수의 경우 10년 전 집안의 화재로 어머니와 형,
모두 세 식구가 큰 화를 당하였습니다.
엄청난 불길 속, 그 절박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장애를 갖고 있던 정 선수를 보호 하기 위해 몸으로 감싸, 정
선수는 생명은 부지 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와 형은 큰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정선수의 가정은 장애와 감당 할 수 없는 치료비로 산산이 부서져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정 선수가 선택한 길은 보치아였고, 보치아에서 성공하는 것 만이 정 선수가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기
도 했습니다.
하루는 저에게 정선수가 ‘저는 반드시 메달을 따야만 합니다. 홍익회에서 일하는 어머니가 받는 80만원과
화상의 흉터 때문에 주유소에서 야간에 만 알바를 하는 형의 수입으로는 그 치료비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메달을 따야만 합니다’라며 눈물로 절규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선수의 금과 동이 가슴이 시리도록 고맙고, 반갑고, 즐거운 겁니다.
신보미선수
태어나면서부터 팔도 다리도 쓰지 못하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었던 신보미 선수는 서울 시립병원
앞에서 버려진 갖난 아이로 발견되었습니다.
지금도 부모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신 선수는 고아들이 있는 영아시설을 거쳐 운 좋게도 장애인 특수 학교인
주몽재활원에서 초, 중, 고 과정을 거쳐 지금은 주간 보호시설인 이천의 ‘새 생명의 집’에 소속되어 있습니다.